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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6] 도시는 어디에 펴야 하는가?문명 6 2022. 10. 11. 16:05
문명 시리즈에서 스노우볼은 도시를 펴는 순간부터 굴러가기 시작한다. 식량 하나, 생산 하나의 차이가 쌓이면 곧바로 1~2턴의 작은 격차가 발생하고, 작은 격차가 쌓이다 보면 원정군은 러쉬 거리라는 장벽을 넘어서도 제 위력을 유지하게 된다. 여기에 정복이라는 대사건이 벌어진다면 정복당하는 문명은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국토가 쪼그라든다.
고난이도에서 AI 문명들은 엄청난 버프를 받으면서 플레이어들을 괴롭힌다. 다행스러운 점은 그들의 이점이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인데, 체급 차이에서 굴러갈 수 있는 스노우볼을 비효율적인 내정으로 스스로 망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플레이어가 최적 내정에 가까운 상태에 접어들면 의외로 빨리 AI 문명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 그나마 웹툰 작가인 두툰님이 만드신 두툰 AI, 두툰 AI HOT 모드를 구독하면 AI의 뒷심이 강해지면서 유저들은 중후반에도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된다. 이 모드를 구독하고도 신 난이도에서 살아남으려면 좀 더 정교한 내정 실력이나 보다 날카로운 정복 능력을 쌓아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드들은 AI의 뒷심 보완과 선호도 조정으로 AI의 수준을 높였기에 디테일에선 여전히 인간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 글에서는 '스노우볼은 도시를 펴는 순간부터 움직인다'는 첫 문장에 따라 도시를 펴는 법을 설명하고자 한다.
1. 깔고 앉기
소를 깔고 앉은 모습 산출량이 높은 타일에 도시를 펴서 도시의 기본 산출을 높이는 잡기술이다. 이 기술을 잘 활용하면 시작부터 수도의 체급을 높여서 성장에 가속을 걸 수 있다.
도시는 기본적으로 2식 1망*의 산출을 내놓는다. 그런데 깔고 앉은 타일의 산출이 2식 1망을 넘어설 경우, 초과 산출량 또한 도시의 산출량으로 계산된다. 몇몇 예를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망*은 망치의 약자로, 문명 5의 생산 아이콘인 망치에서 유래한다. 참고로 문명 6의 생산 아이콘은 톱니바퀴이다.)
1) 초원 소, 쌀, 양 (3식): 식량에서 초과 산출이 발생하므로 도시의 산출은 3식 1망. 양의 1망은 도시의 기본 산출량을 뚫지 못해 변화가 없다.
2) 초원 언덕 석재 (2식 2망): 생산에서 초과 산출이 발생하므로 도시의 산출은 2식 2망.
3) 옥 (x식 x망 1문화): 문화에서 초과 산출이 발생하므로 도시의 산출은 2식 1망 1문화.
4) 지열 열하 (x식 x망 1과학): 과학에서 초과 산출이 발생하므로 도시의 산출은 2식 1망 1과학.
여기서 숲이나 정글, 습지처럼 보너스 자원은 아닌데 일꾼으로 제거할 수 있는 것들을 지형 특성이라 부른다. 이 지형 특성으로 늘어난 산출량은 도시를 세울 때 사라지므로 도시의 산출에 반영되지 않는다.
5) 초원 언덕 숲 (2식 2망): 숲이 제거되면 2식 1망이므로 도시는 기본 산출량만 제공한다.
6) 정글 언덕 (2식 2망): 정글이 제거되면 1식 2망의 평원 언덕이 등장하고, 생산에서 초과되는 산출이 반영되어 도시의 산출은 2식 2망.
7) 초원 습지 쌀 (4식): 습지가 제거되면 3식이며, 식량에서 초과되는 산출이 반영되어 도시의 산출은 3식 1망.
여기서 질문 하나를 던져본다. 깔고 앉기는 언제나 이득을 보는 만능의 잡기술일까?
정답은 NO. 일반적인 이유는 아래에서 설명한다. 특별한 이유로는 유레카를 얻기 위해 피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성벽을 지어야 하는데 채석장을 지을 수 있는 곳이 주변에 언덕 석재 하나 뿐일 때가 대표적이다.
2. 산출량이 풍부한 곳
이건 해도 너무했다... 도시의 산출만큼 중요한 것이 첫 시민의 산출량이다. 그리고 그 산출량은 갓 세운 따끈따끈한 도시 바로 옆에 있는 6개의 타일(1링) 중 하나에서 나온다. 간혹 돈이 충분하면 2링에 있는 괜찮은 타일을 사기도 하지만, 이건 멀티 도시에서 활용할 수 있는 팁이라 수도에 바로 적용하는 것은 부족 마을에서 일찍 골드를 얻지 않는 이상 어렵다.
영토 확장은 도시가 2링에 있는 괜찮은 타일을 우선으로 자동 편입시킨다. 따라서 도시의 입지를 판단할 때는 2링의 타일까지 계산에 넣는 것이 좋다. 초반에는 식망합이 넷 이상인 타일을 좋게 평가한다. 수도는 궁전에서 1문화가 나오므로, 인구가 2로 늘어날 때쯤에 2링의 타일 중 괜찮은 녀석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에 대부분의 다른 도시들은 기념비를 세울 때까지는 순전히 인구에서 발생하는 문화(명 당 0.3)에 의존해야 한다. 이 수치는 궁전이 있는 수도의 1/4보다 더 낮으니, 영토 확장 속도는 이에 비례해서 수도보다 4배 느리다. 기념비나 영토를 현질할 생각이 없다면, 멀티 도시는 1링에 괜찮은 타일 두 개 정도는 확보하는 것이 좋다.
만약 식망 외 다른 산출이 붙은 타일이 등장하면 다음과 같이 판단한다. 상황에 따라 이 산출량들의 가치는 변할 수 있음에 유의하라.
1문화: 3망으로 계산한다.
1과학: 2망으로 계산한다.
1골드: 0.5망으로 계산한다.
1신앙: 특수 생산 산출답게 상황에 따라 가치가 비트코인처럼 튀는 편이다. 따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종교관 창시 전: 문화(3) 이상으로 계산한다.
- 기념비성 황금기를 준비하거나 돌입했을 때: 1.4망으로 계산한다. (두툰 밸런스 모드에선 1.2망)
- 기본값: 1망으로 계산한다.
- 신앙 플레이 안 함: 골드(0.5) 이하로 취급한다.
3. 전략 자원이나 사치 자원이 풍부한 곳
사치자원 넷을 확보할 수 있는 멀티자리 전략 자원과 사치 자원을 AI 문명에게 팔면 다량의 골드를 벌 수 있다. 이 골드를 신생 도시에 투자하면 어마어마한 내정 이득으로 이어진다. 앞으로 소개할 최적 내정의 핵심은 사실 이것이다. 생산은 골드와 내부 교역으로도 해결할 수 있으니 송산댐 중독에서 벗어나 캠퍼스와 극장가를 더 빨리 지을 것을 권장한다. 자세한 내용은 차후에 소개토록 하겠다.
4. 교통의 요지
수도는 초기에 많은 개척자들을 생산하며 초반의 신도시를 지원하기 위해 일꾼이나 수비 유닛을 보내는 곳이다. 따라서 교통의 편리성은 수도의 중요한 자질 중 하나로 취급돼야 한다. 캐나다조차 툰드라에서 바로 이득을 볼 수 없으니 초원이나 평원에서 시작해서 툰드라로 진입하는 게 더 좋다. 단, 툰드라에서 시작부터 꿀 빠는 러시아는 예외.
보통 수도의 접근성을 개선하는 입지는 다음과 같다.
- 1) 강 옆: 유닛이 도강 패널티(이동력 3 소모)를 무시한다.
- 2) 언덕: 평지로 우회할 수 없는 언덕에 도시를 세우면 강 옆에 버금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3) 해안: 배를 뽑아 해안 정찰 및 시대 점수를 얻을 수 있으며, 지상 유닛이 바다를 건널 때에도 도움을 준다.
- 4) 운하: 3의 강화판. 두 바다 사이의 한 칸짜리 육지에 도시를 세워 해군의 활동 반경을 넓힐 수 있다. 간혹 바다와 호수를 연결해 내륙에 프리깃을 집어넣는 플레이도 가능하다.
5. 난공불락의 요새
공격자 입장에서 최단거리는 주둔지가 막고 있으며, 아래쪽 우회로는 범람원이라 지체되면 큰 피해를 입는다. 최적 내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 같지만, 스타크래프트의 역사를 알고 있는 분들은 이게 꽤 중요한 포인트라는 것을 알 것이다. 수비에 뛰어난 선수여야 배를 째도 살아남아 더 강한 힘으로 상대를 짓누를 수 있듯이, 수비에 최소한으로 투자했음에도 방어에 성공하면 남은 산출을 내정에 집중해서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
요새형 도시는 보통 언덕에다 지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언덕 도시가 추가 전투력 3을 받기에 이점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1) 내 궁수의 프리딜 각을 보장하는가?
궁수 중심의 수비대를 갖췄는데 도시가 언덕에 있으면, 도시 뒤의 평지에 있는 궁수는 도시 너머의 침략자들을 공격하지 못한다. 원거리 유닛 중심으로 수비를 할 때는 도시가 평지여도 내 궁수의 프리딜 각을 확보하는 게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현재 위치에서 도시를 펴면 로마쪽 2링 전 범위(5개)에서 트레뷰셋에 얻어맞는다. 수도 쪽으로 한 칸 빼야 사격 포인트를 두 곳으로 줄이며, 그것도 궁수의 화살 찜질을 받는, 사격이 아닌 사망(혹은 유적) 포인트로 전락한다. 2) 상대 원거리 유닛의 프리딜 각을 최대한 줄였는가?
내 궁수 프리딜 각이 중요한 만큼 상대 원거리 유닛의 프리딜 각을 안 내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공성 유닛의 공격 한 방은 내 도시의 성벽을 빠르게 무너뜨린다.
3) 장판파 포인트가 존재하는가?
언덕 숲과 언덕 정글은 근접전 유닛들이 선점해 방어 태세를 취하면 10 이상의 전투력 보너스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1링의 장판파 포인트를 상대 근접전 유닛들에 내주면 6의 전투력 보너스 때문에 쉽게 녹이지 못하며, 이들이 원거리 방어 진급까지 찍으면 골치가 더 아파진다. 이 외에도 협곡이나 곶처럼 포위 공격이 안 되는 곳도 장판파 포인트로 적합하다.
오지형 장판파 포인트는 적당히 있어야 효과적이며, 너무 많으면 내 궁수의 프리딜 각이 생기지 않는다. 간혹 상대의 원거리 공격도 같이 방해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근접전에 자신이 있다면 의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4) 도시 바로 옆에 호수나 바다 한 타일 정도가 있으면 금상첨화
상대가 유닛을 물 위로 보내지 않는 한 이런 도시는 포위 패널티를 받지 않는다. 설령 상륙작전을 시도해서 포위에 성공해도 해상 유닛의 호위가 없으면 쉽게 물고기 밥이 되어 포위가 쉽게 풀린다.
5) 겉보기 대비 가장 악랄한 요새도시는 강과 한 칸 띄운 범람원 옆 도시
상대의 근접 보병 유닛은 강에 도착해서 한번 멈칫, 강을 넘느라 턴을 또 써야 내 도시의 성벽을 두드릴 수 있다. 그런데 그 도시는 범람원 위가 아닌 옆에 지었기에 평범한 전투력을 보인다. 그동안 내 원거리 유닛은 범람원 패널티를 적극 활용해 느림보 근붕이들을 싸그리 녹일 수 있다. 상대의 공성 유닛이 붙더라도 내 원거리 유닛의 양과 질만 충분하면 범람원 패널티로 녹일 수 있는 것은 매한가지. 다만 이런 도시를 만들면 초반 내정은 엿 바꿔먹은 셈이므로 송수로를 해금하고 나서 시도하는 것이 좋다.
6. 위성도시
위에서 송산댐 탈중독을 외쳤지만, 스코틀랜드로 이런 고인접 송산각이 나오면 얘기는 달라진다. 참고로 공장 광역버프도 고려한 입지이다. 문명 6에서는 고인접 보너스를 제공하는 특수지구와 불가사의가 존재한다. 이 고인접 보너스를 공유하기 위해 도시 둘셋을 묶어서 개발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세워진 도시는 기존 도시의 위성도시 수준에서 머무르지만, 성장이 충분히 되면 상부상조하는 광역권으로 성장한다. 도시학에서는 이를 연담도시라 부른다.
7. 시대 점수
고전 시대부터 황금기를 가야 할 때 고려하는 항목이다. 도시를 펼 때 어떤 상황에서 시대 점수를 얻는지는 초보 분들이 아닌 이상 대강 아시리라 생각하고 생략한다. 모르면 나무위키를 찾아보자.
도시와 관련된 시대점수(나무위키): https://namu.wiki/w/%EB%AC%B8%EB%AA%85%206/%ED%99%A9%EA%B8%88%EA%B8%B0%20%EB%B0%8F%20%EC%95%94%ED%9D%91%EA%B8%B0#s-5.9
이 외에 고대 시대에서 도시와 간접적으로 연관된 점수는 다음과 같다.
3 이상의 인접 보너스를 받는 캠퍼스/성지 건설: 각각 3점
4 이상의 인접 보너스를 받는 상중/항만 건설: 각각 3점
해안 도시에서 갤리 생산: 2점(세계 최초라면 +1점)
자연 재해로 풍족해진 타일 개발: 1점
지금까지 도시를 펴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나열해 봤다. 이는 상대 문명을 배제한, 거의 내정적인 관점만 적용된 것이다. 상대 AI 문명의 위치나 플레이어가 지향하는 방향에 따라서도 도시의 입지와 건설 순서가 달라질 수 있다. 이 내용은 바로 다음 편에서 다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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