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6] 저그처럼 도시를 펴라

전편을 끝까지 보신 분들이라면 도시를 펼 때 외부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이 게임에서 외부 변수는 사실상 다른 문명 뿐이다. 고난이도에서 상대 문명 앞에 도시를 폈다가 뚝배기가 깨진 경험은 다들 해보셨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초반 러쉬를 막으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결책은 아래 두 개만큼 좋은 게 없다.
1) (목장 or 야영지를 지을 수 있으면) 선궁수를 달린다.
2) 저그처럼 측면에 도시를 편다.

궁수는 공성할 때를 제외하면 고대 시대의 종결자 급의 위력을 자랑하며, 진급을 충분히 쌓고 명당을 선점하면 고전 및 중세에도 활약할 정도로 포텐셜이 뛰어나다. 투석병을 미리 뽑아뒀다가 한번에 업그레이드하는 생산력 부스팅도 유용하다. 다만 내정 매니아들에겐 극초반부터 벌어지는 전쟁이 그닥 달갑지 않다. 군사 문명을 상대로 싸움을 걸려면 준비를 더 해야 하니 내정은 그만큼 늦춰진다. 하지만, 내정 문명을 골랐더라도 내 수도 3칸 거리에 전진 확장한 걸 가지고 게거품 물고 달려드는 군사 문명에겐 강력한 응징이 필요하다. 쳐들어 올 생각이 없는 군사 문명이라도 전성기가 오기 전에 미리 밟아두는 것이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위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확장 위주의 플레이는 높은 확률로 정답에 가깝다. 이는 문명 뿐 아니라 대부분의 전략게임에서 유효한 전략이다. 문제는 내 뚝배기를 노리는 상대를 앞에 두고서 어떻게 확장하냐에 있다. 이 해답은 고난이도에 도전하는 플레이어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저그의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저그는 타 종족 상대로 점점 멀어지는 방향으로 확장을 가져간다. 수비력이 가장 센 본진 일대를 뚫는 것은 상대방도 부담스러우니 확장 단속에 나서는 게 일반적이다. 저그 입장에서는 길어진 동선과 확장 단속으로 시간을 최대한 번 뒤에 수적 우위를 확보한 수비 병력으로 상대의 공격대를 몰아낸다. 혹은 상대가 저그의 본진 일대를 뚫으려고 한다면, 본진의 수비대와 확장에서 생산된 구원 병력이 합세하여 공격대를 포위 섬멸한다.
이를 문명에 적용해보자. AI들 대부분은 뚝배기에 환장해서 내 수도로 달리는 경향이 있다. 이러면 후자의 상황으로 이어진다. 신도시에서 궁수 몇을 뽑아서 보냈을 뿐인데, 학익진이 알아서 펼쳐진다. 그렇다면 상대가 알박기를 하고 "꼬우면 들어오시든지, 에베벱"을 시전하는 기출 변형은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여러분이 암흑기로 가지 않는 이상 저그의 확장처럼 펼쳐진 도시선(線, Line)은 상대가 알박은 도시에 강력한 충성도 압박을 가해 공짜 도시를 선물해준다. 설령 상대가 충성도 디펜스에 성공하더라도, 플레이어는 짧은 동선을 이점으로 삼아 알박기 도시에 맹공을 가할 수 있다.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저그식 확장 전략의 단점은 바로 측면에서의 합동 공격이다. 1:1 대전에서는 이 방식이 대부분 옳지만, 안타깝게도 문명은 다수의 플레이어가 참여하는 게임이 일반적이다. 이는 새로운 적의 난입으로 확장 계획이 언제든지 망가질 수 있음을 뜻한다. 기존의 적 문명과 거리를 두기 위한 도시가 새로운 적을 향한 전진도시로 성격이 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칼라 칼빵을 맞기 전에 적대 문명을 제외한 다른 문명들과 친분을 맺거나 내 편에 서서 싸워줄 것을 요청하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